학교 안으로 들어온 교육기부, 다채롭고 풍성해

: '2023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를 가다

김청한 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하고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팬데믹을 필두로 교육격차가 벌어지며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랑받으며 다양한 교육과 교류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KINTEX에서 진행된 ‘2023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는 이를 잘 보여주는 자리가 됐습니다. ‘교육기부로 따뜻한 늘봄학교, 마을과 함께 자라는 우리 아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지역․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이 소개돼 많은 호응을 얻었어요. 교육기부 박람회의 정체성인 기업, 공공기관, 대학 등의 교육기부 성과 전시 역시 풍성하게 마련됐습니다.

▲2023 늘봄학교·교육기부 박람회가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KINTEX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늘봄학교와 교육기부, 시너지 기대

 30일 오후 2시에는 개막식이 진행됐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늘봄학교라는 새로운 개념이 들어오면서 교육기부가 훨씬 풍성해졌다”며 교육기부와 늘봄학교의 시너지를 설명했어요. 이 장관은 이어 “현장 교사의 부담이 더 커지면 안 된다. 오늘 참석한 많은 기관, 기업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에서도 새로운 교육기부 활동을 발굴․지원하고 정책을 세심하게 발전시켜 전국 학부모들이 혜택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개막식과 함께 2023년 방과후학교 우수사례 및 2023년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선 교육기부와 늘봄학교가 협조체계를 이뤄야 한다”며 “이에 그간의 교육기부 박람회를 확대해 늘봄학교 박람회와 함께 개최했다”고 박람회 취지를 밝혔습니다.

 임후남 한국교육개발원 부원장은 환영사에서 “4년 만에 방과후학교 우수사례 시상식을 열게 돼 기쁘다”라며 “사명감을 갖고 늘봄학교, 방과후돌봄에 헌신하는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2023년 방과후학교 우수사례, 2023년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에 대한 수상식을 끝으로 개막식이 종료됐어요.

메타버스에서 농촌체험까지, 다양한 늘봄학교 프로그램 '인기'

 이번 전시회는 크게 ‘따뜻한 늘봄터’, ‘다함께 자람터’, ‘미래로 배움터’라는 세 영역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중 따뜻한 늘봄터에선 2024년 늘봄학교 전국 확대를 앞두고 관련 홍보를 위한 체험부스가 차려졌어요. 8개 시범교육청이 참여해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늘봄학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따뜻한 늘봄터'에선 늘봄학교 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홍보와 체험이 이뤄졌습니다.▲

 

 가장 인기를 끈 부스는 농촌체험형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충남형 늘봄학교 체험관'이었습니다. 직접 우유에서 치즈를 만들어 보고, 얼음의 녹는점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등 교과과정과 연관된 체험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인기를 끌었습니다. “학생 위주 체험이 많은 박람회에서 어른들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부스가 있어 좋았다”는 평입니다.

 이밖에도 주니어골프, 흙과 도자체험, 우쿨렐레와 키혼 앙상블 등 다양한 체험이 준비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우수함을 널리 알렸어요. 특히 한국야구위원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직접 체험 부스를 차려 스포츠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체험을 진행하는 동안, 부모들은 늘봄학교 프로그램과 취지에 대해 물어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편,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준비한 ‘교육기부 메타버스 타운 체험’도 이목을 끌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 탄소 중립 등 미래를 이끌 첨단 과학기술과 교육기부 프로그램이 시공간을 넘어 전달됐어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마련한 교육기부 메타버스 타운▲

보드게임하며 세금 알고, 보이스피싱 육성 듣고… 참신한 교육 아이디어 '만발'

 '다함께 자람터'에선 수많은 교육기부 참여기관의 체험프로그램이 이뤄졌습니다. 응급구조, 밀리터리체험, 드론축구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는 자리가 됐어요. 가장 핫한 전시관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이코노빌리지였습니다. 룰렛 퀴즈, VR 금융체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금융’이라는 주제를 신선하게 소개했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위험을 알리기 위해 금융사기 위험을 찾아보는 체험이 효과적이었어요. 안선경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관람객들이 직접 탐정이 되어 보는 컨셉으로 몰입감을 높였다”라며 “실제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육성을 준비하는 등 디지털 금융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금융사기예방 지식을 전달한 '잡아라! 금융하기'▲

 어린이 건강에 진심인 한국암웨이 미래재단의 부스에도 많은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영양교육․운동교육․정신건강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지킨다는 컨셉인데요, 강사와 함께 하는 브레인스피닝 운동교육, 체성분․어린이 영양지수 측정 등 그에 걸맞는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보드게임을 활용한 교육콘텐츠가 많았습니다.▲

 다양한 체험은 이어졌습니다. 한국재정정보연구원은 보드게임을 통해 재정의 흐름과 세금 등을 쉽게 설명했고, 더 밝음 엔터테인먼트는 실제 아나운서가 스피치 코칭을 진행하며 방송 꿈나무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라는 어려운 문제를 보드게임으로 풀어낸 ‘한양대학교 사회봉사단’, 과학실험 VR 콘텐츠를 준비한 ‘주식회사 콘텐츠다’, 모의고사 형식으로 신용의 개념을 알려준 ‘신용회복위원회’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부스들이 무려 50여 개나 이어져, 관람객으로 하여금 행복한 고민을 안겼답니다.

▲야구, 싸이클 등 운동 콘텐츠는 어른들에게도 인기 만점▲

코딩, 시뮬레이션 등 최신 기술 활용…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 '눈길' 

 '미래로 배움터'에선 최신 과학기술과 연관된 교육기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최근 중요시 되는 코딩교육이 많았는데요, 디지털새싹캠프에서 운영한 ‘디지털새싹 놀이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Chat GPT로 게임을 만들고, 디지털 메뚜기를 조립하며, AI 로봇 경주를 하는 등 여럿이 즐기며 자연스레 디지털기술을 익히는 체험이 많은 참여를 이끌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더빙 체험도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SW․AI인재양성팀이 준비한 ‘로봇과 함께하는 즐거운 SW․AI교육 체험관’도 코딩교육의 즐거움을 알리기 충분했습니다. 블록코딩을 하며 로봇을 목적지로 이끄는 도전이 진행됐는데요, 단순하지만 몰입되는 구성으로 논리력 향상을 도왔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술 체험이 준비됐어요. 서핑 체험을 통해 부력과 중력의 이해를 도운 ‘국립해양과학관’, 애니메이션 더빙체험을 준비한 ‘시청자미디어재단’, 블록 놀이를 통해 스포츠와 교육을 결합한 ‘위토이즈’, 이동과학차량을 통째로 끌고 온 ‘국립한국교통대학교’, 고퀄리티 운전 시뮬레이션을 제공한 ‘공항철도 주식회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전시․체험 프로그램 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퀄리티 시뮬레이션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것은 다채로운 교육 콘텐츠를 선보인 ‘씨드콥’이었습니다. 청년 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인 씨드콥은 여러 회사의 콘텐츠를 교육현장에 맞춰 제작하고, 관련 교육을 직접 운영하며 교육기부의 외연을 넓히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와 씨드콥이 함께 마련한 변호사 진로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더불어, 포스코와 함께 어려운 친환경공정인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보드게임으로 풀어낸 것도 좋은 사례로 꼽힙니다. 이에 대해 김진형 씨드콥 본부장은 “교육기부를 원하지만,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라며 “교육전문가와 기업의 만남을 바탕으로 방탈출, SNS 활용, 웹게임, 보드게임 등 최적의 교육기부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가족 간 함께 즐기는 체험이 가득했던 '디지털새싹 놀이터'▲

 한편 이번 박람회에선 지역 교육기부 거점지원센터(충청·강원권, 경상권, 전라·제주권)의 지역 특색 자원을 활용한 소규모 박람회가 동시에 개최돼 더욱 뜻깊었습니다. 더불어 전문가 특강, 학생 오케스트라 공연 등 부대 행사도 알차게 꾸며져 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