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부, 실적 아닌 열정…  많이 배워갑니다"

- 2024 교육기부 추진협의체 워크숍 11월 14~15일 진행

글: 김청한 기자

  ‘2024 교육기부 추진협의체 워크숍’이 지난 11월 14~15일 양일간 충남 서천군에서 진행됐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50여 명의 참가자들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등 인근 기관을 순회하며 다양한 체험과 소통의 장을 가졌습니다. 첫 일정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시작됐습니다. 씨큐리움 해설프로그램을 통해 간단히 자원관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교육기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우리바다 터치코딩’ 프로그램을 같이 진행하며 새로운 교육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2024 교육기부 추진협의체 참여기관 워크숍이 지난 11월 14~15일 양일간 충남 서천국에서 진행됐다. (사진제공: 김청한 기자)▲

간단한 조작만으로 자존감 상승… 특수아동 교육에 유용한 ‘우리바다 터치코딩’ 체험

  우리바다 터치코딩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코딩봇을 활용해 해양생물과 환경에 대해 알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시간관계상 짧게 진행됐지만 범용성 높고 흥미로운 코딩교육에 참가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요, 간단한 조작만으로 교육이 가능하기에 특히 특수아동에게도 유용합니다. "코딩봇 전원을 켜고, 불이 들어오는 간단한 작동만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에 자존감을 높여주는 데도 좋다"는 것이 손효숙 주임학예원의 부연설명입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교육기부 프로그램 중 하나인 터치코딩 체험 모습. 간단한 조작만으로 교육이 가능하기에 특수아동 수업에 유용하다는 평이다. (사진제공: 김청한 기자)▲

  우리바다 터치코딩의 첫 번째 미션은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코딩봇을 움직여 신종 해양생물 5종을 찾아보는 체험입니다. 버튼을 눌러 코딩봇이 손을 따라오게 만든 후, 워크북 위 동선을 따라가는 간단한 교육인데요. 처음엔 어색해하던 참가자들이 곧 익숙해지자 13초, 12초, 11초까지 점점 미션 클리어 시간이 짧아지는 모습입니다. 이윽고 누군가 “9.5초”를 외치자 박수가 이어지는 등 참가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교육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손 주임학예원은 “코딩봇의 동작 원리가 로봇 청소기에도 응용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실생활과 교육을 연결하는 것도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미션은 첫 번째와 비슷한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청소하기. 이번에는 코딩봇이 워크북에 그려진 바닥 쓰레기더미에 닿으면 디스플레이 위 흰 동그라미에 색이 채워집니다. 최단 시간을 다투던 첫 번째 미션과 달리, 두 번째 미션은 시도횟수가 적을수록 우수한 성적인데요, 하지만 성과와 능력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손 학예원은 “시도횟수가 가장 많은 아이에게도 상을 준다”며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오랫동안 도전하는 인내력 역시 중요하기에 칭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식전달을 넘어 자존감까지 올려주는 교육철학에 많은 참가자들이 공감하는 모습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미션에선 붉은발말똥게에 대해 OX퀴즈를 진행하고, 정답과 관련된 스티커를 붙이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이윽고 코딩봇이 스티커가 붙어진 활동지를 가로지르고, 디스플레이에 붉은발말똥게를 도트로 표현하자 감탄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어 국립생태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함께하는 교육기부, 우리의 이야기’란 주제로 4개 기관 교육기부 사례발표를 들었습니다.  ※ 사례발표 기사 보기

“뻔하다고 생각했던 사회공헌, 이젠 더 열심히 할 것”… 뭉클했던 참가자 소감

  사례발표 이후 참가자들은 서로 궁금했던 내용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며 훈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별히 마련된 자기소개 시간은 이를 복돋아 주는 촉매가 됐는데요, 참가자들은 자신의 소속과 교육기부 철학을 소개하며 소통을 위한 사전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냈습니다. 특히 참가자들이 남긴 소감들은 이번 워크숍이 긍정적 교류의 장이 됐음을 잘 보여줍니다.

 

    “지금껏 교육기부에 대해 경영평가를 위한 실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지한 타기관 활동사례를 보면서 많이 배워갑니다.”

    “생각보다 교육기부를 많이들 해서 놀랐습니다. 저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라는 게 늘 뻔한 것 같아 고민이 많았는데, 다양한 사례에 많은 것을 배우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다양한 지역․분야에서 모인 분들과 서로 다른 콘텐츠를 공유하며 나눔의 정을 느낍니다!”

    “학생 수는 줄어들지만, 학교밖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밝게 웃는 아이들을 위해 더 힘쓸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게 한계가 있었는데, 다양한 자극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른 우수사례 발표를 보면서 언젠가 저희 기관도 우수사례로 꼽혀 발표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열정을 지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한 열정은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모든 일정이 끝난 오후 9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회의실에서 모여, 서로의 교육철학과 커리큘럼 그리고 아이디어를 나눴습니다. 교류와 연대라는 워크숍의 진정한 의미가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멸종위기동물 밀수, 사지도 팔지도 말아야”… CITES동물 보호시설 탐방

  이튿날 아침, 참가자들은 국립생태원으로 자리를 옮겨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국립생태원 식물관리시설을 탐방하고, 나만의 화분 만들기를 진행하면서 체험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참가자들은 1박2일동안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영감을 얻었다. 사진은 그중 하나인 나만의 화분심기의 한 장면 (사진제공: 김청한 기자)▲

  

  특히 호응이 좋았던 일정은 CITES동물 보호시설 탐방입니다.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에 관한 국제협약)동물 보호시설의 주 대상은 밀수 과정에서 적발된 동물들. 외국에서 저렴하게 들어와 국내에 비싸게 판매되기에 처벌을 감수하고 이를 들여오는 불법 밀수업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CITES동물 연간 밀수 규모는 소형 원숭이류 최대 400여 마리, 앵무류 최대 8,000여 마리, 사막여우 약 80마리에 달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동물들이 밀수과정에서 죽거나 크게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 이는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테이프로 꽁꽁 묶는 등 열악한 환경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담배갑, 속옷, 게임기, 텀블러 등 온갖 물품에 짐처럼 적재된 동물들이 상당수 죽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CITES동물 보호시설에서 체험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제공: 김청한 기자)▲

  김동혁 CITES동물관리부장은 “이러한 밀수는 사실 수요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라며 “불법 밀수 동물을 구매하지 않고, 주변에도 잘못임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만이 이런 가슴 아픈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이라 강조했습니다.

  불법 밀수 외에도, 해당 동물에 대한 무지 역시 문제가 됩니다. 김 부장은 “각 동물마다 그에 어울리는 사육법과 먹이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학습은 귀찮다고 무시하기에 동물들이 해를 입는다”며 흰손긴팔원숭이를 예로 들었습니다. 긴 팔을 바탕으로 나무 타기가 능숙한 흰손긴팔원숭이는 그 대신 바닥에서 걸을 땐 양팔을 들고 이동하는 등 불편함을 느낍니다. 즉 고양이를 위해 캣타워나 스크래치가 필요하듯 흰손긴팔원숭이를 키우기 위해선 나무 생활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김 부장은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서 자란 흰손긴팔원숭이는 결국 팔의 뼈가 굽어 장애를 안게 됐다”며 올바른 사육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김 부장의 열정적인 설명과 실제 동물들의 모습이 참가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듯 합니다.

  CITES동물 보호시설 탐방을 끝으로 1박2일 간의 워크숍은 마무리됐습니다. 워크숍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일정 속 서로 소통을 하며 영감을 얻고, 공감하며, 결과적으로 교육기부 의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는데요, 이러한 열정과 의지가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라봅니다.